정답이 아닌 자유: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남긴 울림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을 단순히 학문적 성취의 수단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성찰하고 인간 사이의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는 매개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의 중심에는 탈북자 출신의 수학 천재 이학성(최민식)과, 학업과 삶의 압박 속에서 길을 잃어가는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가 있다. 두 인물은 처음에는 철저히 ‘선생과 학생’이라는 구도로 만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난다.

 

이 과정이 바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울림이다. 한지우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수학에 흥미와 재능을 보이지만, 제도와 현실은 그를 계속해서 벽에 가둔다. 특히 사배자 제도는 의도적으로 형평성을 보장하려 했지만, 오히려 입시라는 잣대 속에서 차별과 낙인을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지우는 친구들과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수학을 통한 희망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다. 그럴 때 나타난 인물이 바로 이학성이다.

 

이학성은 겉으로는 단순한 경비원이지만, 사실은 세계적인 수학자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현실과 개인적 사연 속에서 연구자의 길을 버리고 숨어 지낸다. 그런 그가 지우를

만나면서 다시 수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자 한다. 처음 지우는 그의 말과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학성이 보여주는 ‘정답’이 아닌 ‘사유의 자유’를 중심에 둔 수학적 접근은 점차 지우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게 한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두 사람이 함께 피아노로 파이송을 연주하는 장면이다. 파이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수학적 질서와 인간적 감성이 하나로 어우러진 상징이다. 그 순간 지우는 자신이 수학을 통해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학성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수학이 주는 희열’을 다시금 되찾는다. 보람과 학성 두 사람의 연주,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지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딱딱하기만 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수학이 음악과 만났을 때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동적인 교감의 순간으로

다가오는 경험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으로 남는 명장면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fhrDtVr4Y0

출처: 유튜브 HD Cinema Music 채널

 

영화는 또 다른 한 축으로 교육 제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지우의 담임이자 수학 교사

(박병은)는 학생의 가능성과 꿈을 지켜주기보다는 자신의 명예와 돈을 위해 움직인다. 그는 겉으로는 학생들을 위하는 교사인척 하지만, 학문이 아닌 금전적 이익을 쫓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지우의 꿈을 꺽어버리려 한다. 이와 관련된 장면들은 한국 교육 현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비추며, 관객들에게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특히 교사의 탐욕과 부정은 지우가 겪는 좌절을 극대화시키며, 동시에 이학성의 진심과

대비를 이루어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끝내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향한다. 지우는 자신의 상황과 제도의 벽에도 불구하고, 수학이라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학성과의 만남을 통해 ‘수학은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하는 방법’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 깨달음은 단순히 학업적 성취를 넘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로 이어진다. 학성 역시 지우를 통해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수학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영화가 끝날 즈음, 지우가 학성이 연구하는 해외의 연구소를 방문해서 두 사람이 나누는

뜨거운 포옹에서 느껴지는 교감은 단순한 해피엔딩을 넘어선, 인간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존재의 인정’과 ‘희망의 나눔’을 담고 있다.

 

결국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성의 회복, 교육 제도의 본질,

그리고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학성(최민식)의 깊은 내면 연기와 한지우(김동휘)의 성장 서사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서정적 울림은 단순한 학원물이나 성장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특히 파이송을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그 모든 메시지를 압축한 상징이자, 영화 전체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수학은 왜 배우는가?”

 

그러나 더 깊은 질문은 사실 “삶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것이다. 이학성과 지우의 만남은 그 답을 제시한다. 정답이 아닌 과정, 경쟁이 아닌 이해, 억압이 아닌 자유. 영화는 그 가치들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관객의 마음에 새긴다.(끝)